내 기억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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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정리...

삶의 무게...

2016. 6. 4. 15:41

2016/06/04

  - 오랜만에 학부 친구들을 만났다.

 

    철 없던 신입생 시절부터 복학 후 졸업 할 때까지 캠퍼스라는 울타리 속에서

    늘 같이 생활하며 내 20대 삶의 많은 것을 공유하였고

 

    졸업 후 각자 자리에서 30대 삶의 통과 의례로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을 겪으면서

    좀 더 성숙해진 친구들을 볼 때면 큰 흐름 속에 나와 친구들의 삶이 보인다.

 

    친구들과 조금은 다른 삶의 방향을 가지고 걸어가는 나로선

    온전히 공감 해준다는 것이 어려울 순 있지만...

 

    '회사' 와 '가정' 이라는 별개의 인간 사회 내에서 부여된 책임과 의무 속에서

    부모라는 역할에 대해 공통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나와 내 친구들이 성장하며 접했던 최소한의 납득할만한 생활 또는 교육 환경을

    단지 우리의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것인데...

 

    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 그것마저 쉽지 않다는 것이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친구들은

    다들 학교 다닐 때 어느 누구보다 다들 열심히 했고

    비록 국세청 통계 기준 월급쟁이 상위 2~3%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보편적인 삶의 고민과 스트레스는 어느 누구와도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삶의 여유와 수준을 결정 짓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으로

    더 이상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냐 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월급쟁이 중에 하나로서

    부모님의 경제력이 내 삶을 결정하고

    내 삶은 또 다시 내 아이의 삶을 결정한다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지만 부정 할 순 없는 사실이라 생각한다.

 

    친구들은 흔히 말하는 강남 아줌마들처럼

    '엘리트 코스' 로 아이들을 키우려는 마음은 하나도 없다.

 

    단지...

    나와 내 친구들이 자랄 때 처럼 (비록 삶 속에 불편함은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것 뿐이다.

 

    이것마저 삶의 '사치' 로 다른 누군가에게 인식된다면

    이러한 삶의 어려움은 과연 한 개인의 탓으로 치부하기엔 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친구들은 그래도 우리는 그나마 나은 것이 아닐까? 라는 이야기도 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보다 현저하게 적은 월급으로

    각자의 가정을 꾸려 나갈텐데...

 

    다른 누군가에겐 우리의 고민이 '사치'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 또한

 

    20대의 삶을 시작하면서...

    30대의 삶을 시작하면서...

 

    앞에 놓인 작은 벽과 언덕을 2번이나 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해

    갈림길 앞에서 늘 차선책만 선택하던 내 자신을 돌이켜보면

    나 또한 친구들과 같은 고민을 하며 뒤에서 내 아이를 밀어주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내 자리에서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한다.

 

    한편으론 어쩌겠냐 라는 생각도 든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의 아버지도 나의 할아버지도 모두 겪었던 고민 중에 하나가 아닐까?

 

    내가 유학을 간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각자 와이프에게 핑계(?) 를 대고

    육아에서 해방이 되어 간만에 서로 둘러 앉은 자리에서

    이렇게 우리도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잠깐 한국을 떠나 있는 공백이후에 다시 한자리에서 친구들을

    만나게 될 때면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땐 물론, 또 다른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만나겠지만...

 

    글의 시작은 부정적인 어감에서 시작을 했지만...

    힘든 삶을 지탱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 아닐까 한다.

 

    난 친구들과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나 또한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나 혼자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당분간 다들 못본다는 것에 좀 아쉽긴하지만...

    이렇게 나도 친구들도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해가는 삶의 무게 속에... 늙어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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